식사 때 밥 먹으면서 다리를 덜덜 떠는 사람을 보았다.
평소에는 별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다가 이 때 만큼은 거슬렸던지
다리 떨면 복 나간다는 소리가 목구멍 끝에서 나오려고 했었다.
사실 다리를 떤다고 해서 복이 나가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리가 왜 오래 전부터 전래되어 온 것인지 생각해봤다.
아주 먼 옛날을 생각해보자.
지금이야 펜, 종이, 컴퓨터 등 정보 입력과 저장 장치가 넘쳐나지만
옛날엔 정보를 입력하고 저장할 수 있는 수단이 상당히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종이가 없어서 흙판에 기록하거나 그것도 없어서 동굴 벽에다가 기록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에 비해 정보의 기록도 저장도 전파도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활동은 인간의 청력과 기억력같은 신체 능력에 많이 의존했을 것이다.
인간의 이런 신체 능력은 기록에 비해 입력, 저장, 전파 등을 하는데 안정성이 떨어진다.
기록된 거는 시간이 지나도 다시 보면 되고, 앞 뒤로 넘기면서 맥락 파악도 비교적 쉽게 가능하다.
하지만 듣고 기억하는 작업은 어떠한가?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저격 컨텐츠라고 많이 뜨는 거 같은데,
영상의 일부 장면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파악을 정확하게 못하는 경우가 많아
내용을 입력하는 사람 입장에서 내용의 휘발성이 강해
기억을 못하거나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서 생기는 게 아니겠는가?
글로 기록된 것들도 이런 경우가 있지만, 영상이 이런 현상이 훨씬 심하게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정보 저장을 제대로 해야할 것인데,
인간의 뇌는 정보에 대한 생각을 자주하면서 명확하게 저장이 되는 특성이 있으므로,
충분히 사유할 여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옛날의 상황을 자료를 충분히 사유할 수 지금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옛날엔 낮에 빡세게 일하고 밤엔 자야한다.
정보 입력, 저장, 전달이 용이하지도 않아 제대로 된 자료도 없고,
빡세게 일하느라 지쳤으므로 여유있게 사유할 시간, 여력도 없었다.
인간의 신체를 의존하여 여유롭게 사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보를 쉽게 입력시키고 오래도록 전파하려면
일상적인 대화와는 다른 기교를 이용해야할 것이다.
공부할 때 같이 뭔가를 용이하게 습득할 때 연상법 같은 거 쓰지 않는가?
사람들이 기억하기 쉬운 상징물이나 시대적 상황을 언급 혹은 비유하든지
이야기를 만들거나 운율이 있는 시, 음이 있는 노래를 만드는 식으로 말이다.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 보다 듣는 사람에게 적은 횟수로 임팩트가 강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정보 입력, 저장, 전달의 효율과 지속력이 훨씬 클 것이다.
신화나 전래동화, 시, 노래, 미신에 가까운 격언 같은 것들도 이런 효과 때문에 나왔을 것이라 본다.
다시 다리 떨면 복나간다는 미신에 가까운 격언으로 돌아와 생각해보면,
식사 예절이나 그에 대한 이유를 일일히 기억해서 인식하거나 시킬 여유가 없으며,
식사 예절을 단순 정보 전달 식으로 주입시키다 보면 잘 잊어먹고,
잘 잊어먹으니 반복한 답시고 언급하면 듣는 사람이 짜증내는 경우가 많으므로
임팩트 있게 적은 횟수로 식사 예절과 이유를 인식시키려는 목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옛적 조상들의 활동을 생각하며 신화, 전래동화, 시, 노래, 미신에 가까운 격언들을 바라보면,
물리적 환경에 저항하느라 사유할 여유가 없고 정보를 다루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정보 입력, 저장, 전파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처절한 수단이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런 습성이 시대가 지나가도 남으니,
정보를 다루는 여유가 있었던 시대에 비로소 가상의 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옛날에 구전으로 전해오는 여러 장르의 정보들은 단순히 재밌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대에 파악했던 진리나 실제 역사일 수도 있으므로,
그 정보 속에 있는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면 미지의 세계였던 옛 역사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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